고독한 크리스마스
가만 생각해보면 6-7년 정도의 주기를 가지고 나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그건 바로 가치관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점점 철이 든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어디선가 이런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7년마다 몸의 모든 세포가 새롭게 교체된다'
어떤 연구에서 인용된 내용인지도 모르고 내 부족한 지식으로는 사실인지 추론할 수도 없지만,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기간마다 정신적인 탈피를 경험했으니 말이다.
정신적 탈피는 디지몬 진화하듯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일정 기간 동안 자주 성찰을 하면서 내면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친다.
원래도 혼자 있는걸 좋아하는데 이때는 그런 성향이 더욱 강해진다.
그래서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연락도 받지 않고 몇몇 인간관계는 정리하기도 한다.
그 결과로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인간관계를 잃고 크리스마스에도 고독을 삼키게 됐다.
그래도 원래 혼자가 좋은 사람으로서 나름 알차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일어나자마자 집 청소 싹 하고 시내에 나가 서점에 들려 책 한 권 사고,
다이소에 가서 필요한건지 한참 고민했던 파스타면 보관용기도 사오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커피인 돌체콜드브루를 벤티사이즈로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커피를 마시면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의 크리스마스 앨범을 쭉 틀어놨다.
무릉도원이었다.
음악에 심취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최근에 정주행 중인 바람의 검심 영화를 봤다.
일본 실사화 특유의 오버스러운 연기나 분장이 없어서 좋았고 너무 재밌게 봐서 만화책으로도 볼 예정이다.
꼬맹이였을 적에 봤던 바람의 검심 애니도 떠올라서 옛날 생각도 좀 하고 그랬다.
누가 보면 청승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너무나 여유롭고 따뜻했던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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