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명, 도피
22년 11월, 새로운 마음으로 살아보고자 개명을 신청했었다.
그 뒤로 삶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취업을 목표로 나름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결국 취업은 하지 못 했고 4년동안 반백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결과지만,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는 말마따나 지금까지 겪은 과정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24년 8월, 나는 원래 이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또 다시 개명을 신청했다.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새로운 이름으로 살면서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받았던 것이 재개명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이다.
개명 초반에는 당연한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변하는 것은 없었다.
스스로 애써 외면하고 있었지만 나는 이름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마음으로 살고 싶은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 이전의 삶, 내 원래 이름으로 살았던 삶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것이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릴 때마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이름 하나 바꾼다고 내가 살아온 인생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지나간 일에 연연하는 건 의미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쉬운 판단을 했던 과거를 꺼내어 곱씹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어떻게 살아야 나중에 후회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종종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러한 태도가 현재를 살아가는 데에 있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닐까..
습관적인 도피를 멈추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마주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사색을 줄이고 당장 필요 없는 생각들은 비워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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